2021년 2월 1일 월요일

바울서신 중간 과제 1 - 찰스 쿠사의 바울서신

바울서신 중간 과제


찰스 쿠사의 바울서신에 대한 평을 쓰겠습니다. 이 책은 6장 이후부터는 바울 서신의 중심적 내용을 잘 분석해서 써놓았습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분량이 허락하는 대로 쓰겠습니다. 그러나 1장부터 5장까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만을 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1. 산만하다.

2. 기교에 치우쳐 있다.

3.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도덕중립적 입장에 있다.

 


 

단점 - 산만한 구성

먼저 산만하다고 쓴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각 단원, 문단마다 핵심 주제에 대해서 충분한 분량의 무게중심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의도를 전달하려고 글을 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처음에 제기한 문제와 내용전개를 발전시키는 핵심주제, 최종적으로 도출되는 결말이 모두 다릅니다. 저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막 휘갈겨 썼다고 밖에는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또렷하게 내용을 구분짓고 맺고 끊으며, 글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단원구성력이 상당히 미비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란을 줍니다.

 

그 예로 96쪽에 [1. 바울의 교회들과 사회적인 생활]을 인용하겠습니다

바울의 교회들을 얘기한다면서,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뜬금없이 들이닥치고, 아돌프 다이스만의 파피루스 언어 연구가 소개됩니다. 초대 그리스도교는 하층 계급 운동이었다는 논리. 뒤이어지는 여러 학자들의 공방이 죽 써집니다.

 

게르트 타이센이 고린도서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갖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이 초대교회였다고 말합니다.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앞서 다이스만같은 신학자는 얼마나 성경을 안읽어서 이를 건너뛰고 엉뚱한 결과를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에 농노, 원로원, 범주 이야기가 죽 써진 뒤에 갑자기 가정 이야기가 100쪽부터 101쪽까지 길게 쓰여집니다. 사회 계층 이야기를 결론 내지도 않고서 갑자기 가정으로 주제가 럭비공이 튀어오르듯 옆으로 새나간 것입니다.

 

100쪽에서는 가정의 구성과 구성원의 의무에 대해서 간단히 쓰여지는 듯하더니, 101쪽에서는 카렌 조 토어지슨의 연구를 통해서 가정의 구성을 말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가정경제로 주제가 틀어지더니, 102쪽에서는 여성 지도력에 관한 논쟁으로 결말이 맺어집니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찰스 쿠사는 자기가 평소 배우고 알고 있는 지식들을 순차적인 비슷한 공통점으로 계속 연결시키는 느낌이며, 주제의 일관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바울의 교회에서 초대 그리스도인의 사회경제적 상황, 파피루스 연구, 계급 운동, 범주, 가정, 가내수공업, 여성인권으로 핵심내용이 휙휙 바뀝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제대로 연결된 게 아니라, 억지로 갖다 붙여서 전혀 내용이 서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마치 일제시대의 한국 소설가 이상이 쓴 [날개]라는 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그냥 막 갖다붙인 뒤에, 가장 큰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바울의 교회에서 초대 그리스도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이라고 뭉뚱 그려서 제목을 붙인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 이 상

독자에게 무성의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볼까요824번째 줄에 나온 필로가 도대체 뭔가요

여기서 설명한 하늘과 땅의 아담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의 혼합, 선재하는 지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의로운 자 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아니면 이러한 철학을 소개하는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철학자 필론인가요

읽는 이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왜냐면 다른 설명과 함께 나온 필로는 혹은이라는 단어 뒤에 설명됐기 때문입니다. 혹은또는이랑 같은 단어로써, 전혀 다른 존재를 소개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필로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적어놨어야 했습니다

마치 독자에게 필로를 아는 지적능력을 자랑하려고 쓴 거 같습니다.

 

AD.1C 유대인 철학자 필로

자기 혼자만 아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독자더러 알아서 자기 글을 암호해독하듯이 읽으라고 하니, 책의 가독력이 떨어집니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저를 비판하는 것은, 마치 개그맨이 대중이 공감할 수 없는 자기혼자만의 개그 코드를 아무 가공과 소개없이 들고 나왔다가 대중에게 퇴짜를 맞자, 인기없음을 한탄하며 대중의 수준 탓하는 것이랑 똑같습니다

책 팔아먹으려면, 독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최소한의 의사소통의 기준을 맞춰줘야 한다고 봅니다! 잡다한 기교에 빠져서 책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 즉 독자에게 지식과 정보를 보다 알기 쉽고 편하게 전달하려는 작문의 기본법을 거의 다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실제로 뛰어난 연구를 한 원조 학자들이 책을 쓰면 잘 안 팔립니다

오히려 그 학자들의 연구들을 깊이 이해하고 모아서, 나름대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눈에 띄기 쉽고, 보기 좋게 가공하며,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잘 하는 마케팅의 천재들이 돈을 잘 법니다우리 나라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번다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1960~80년대에는 일본책을 간단히 번역한 수준의 정석 수학과 성문영어가 수학과 영어책의 성경처럼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출판사들이 이들의 내용을 토대로 각종 책들을 기가 막히게 소비자 친화력을 강화시켜 발간해서 현재 정석수학과 성문영어는 밀려났습니다

컴퓨터로 따지면 HPIBM이 애플과 후발업체들에게 밀린 것이고, 휴대폰으로 따지면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삼성과 애플에게 밀려난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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