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 1
예일 예술원에 관한 환상
제가 집에 갈 때마다, 주차장에서 선생님을 멀리서나마 자주 보았습니다. 물론 서로 인사를 잘 주고 받았지만, 2주전부터 선생님을 볼 때마다 어떤 환상들이 제 머릿 속에 주르륵 흘러내려 왔습니다.
1. 선생님의 마음 속에서 음악에 관한 관념과 태도가 싹 바뀌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음악 관련 기술을 젊을 때 한 때에나 필요하지, 나중에 나이들면 필요없고, 쓸모없다는 관념이 학습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일을 때려치우고 세상 다른 생계 목적의 허드렛 일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었습니다.
2. 예일 예술원 목사님께서 열심히 기도하시는데, 예일 예술원의 지속적 운영을 하나님께서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음악 교사들이 마음을 예일예술원에 뿌리를 내리고 잘 정착하고 예일예술원을 잘 키우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3. 선생님의 마음 속에서는, 대중음악 산업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어야만, 음악 교사직이 유지되고, 학생들이 몰려온다는 강박관념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전화하며 일감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무산되는 일도 많아보였습니다.
4. 마귀, 악령들이 선생님을 포함한 음악 교사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어서, 예일 예술원에 마치 붙잡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또는 대중음악 산업에서 현역으로 뛰는 데에 시간을 뺏어가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속였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서 언젠가 예일예술원에 학생들이 안 들어오고, 언젠가 해체될 것 같은 염려가 충동질을 해댔습니다.
여기 예일 예술원에서 가장 마음이 굳건한 직원들은 오직 3명, 아주머니 직원, 사회복지사, 목사님 뿐이었습니다. 환상 속에서는 그 셋이 같이 있는 행정사무실 –물론 사무실은 목사님 방이 따로 분리된 상태 – 사무실 유리창 하나로 세상이 갈라져서, 유리창 안 사무실에서는 믿음을 굳게 지키며 예일예술원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반면, 유리창 밖에는 각종 악령, 마귀들이 난리 부르스를 치고, 고성의 비명과 낮은 목소리로 맹수들이 그르렁 거리며 협박하고 하여간 시끄럽고 정신이 산만했습니다.
이 모든 게 교회를 제대로 다니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므로, 음악교사들과 학생들의 마음이 요동을 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양떼처럼 헐벗고 굶주리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치 미래가 없이 오직 현재만 있는 것처럼. 지금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음악은 세상에 나가서 전혀 쓸모없어진다는 염려와 걱정이 엄습했습니다.
5. 수료식 때 목사님께서 인천부터 경기도 분당, 광주시까지 20분만에 주파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출퇴근 시간에는 최소 1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이 글의 이 파트를 쓰는 날인 2021년 11월 1일 월요일에 중고 음향장비를 보러 가면서 저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는 다른 길로 갔다가 이 길로 집에 돌아오는데, 거의 2시간 걸렸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주파하려면, 차가 거의 없는 이른 새벽 시간 5시 이전에 엄청난 과속으로 140~210km 대로 달리면서, 과속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 조절을 해야 가능합니다. 목사님께서 예일교회 새벽기도에 출근하신 뒤에 예일음악원에 오시는 게 분명합니다.
왜 제가 목사님의 이 말에 초점을 맞췄나면, 2020년도에 저도 경인 제2고속도로를 통해서 출퇴근시간에 인천 집부터 과거 회사가 있던 안양까지 30분만에 주파를 하면서 많은 환상과 음성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환상과 음성을 다 말로 바꿔서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아! 네가 20대에 나 하나님께 여자들도 맘대로 하는 술과 담배를 하지 못하게 해서 불평했었지? 나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므로, 네가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매와 같은 동체시력, 순간적 판단능력과 동물적 운동신경, 기계적 반사신경으로 과속을 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 거란다! 일반인들은 너처럼 과속으로 곡예 운전을 하면 곧바로 사고난다.
물론 나 하나님이 널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네 차 주변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도 날카로운 동체시력과 잽싼 운동신경, 빠른 판단력, 정확한 예측능력을 부어줘서, 네 예측불가능한 과격한 운전을 능숙하게 피하는 노련한 방어운전을 하도록 만들어놔서, 사고가 안난 것이다.
하지만 아들아, 너만 그런 게 아니란다. 나이가 많아도, 술 담배를 하지 않아서 뇌와 신경이 젊으므로, 너처럼 과속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제 앞에 수 많은 차들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당시 제 차는 경차 스파크 여서 많은 차들을 제꼈지만, 결국 최고속도 160km의 한계 때문에 몇몇 대형 세단들은 저를 앞질러 달렸습니다. 제가 타는 차는 거의 매일 최고속도를 찍습니다. 그 때 환상으로 본 나이 많은 남자 운전자들 중 한명이 바로 여기 예일음악원의 목사님입니다. 물론 요즘은 난폭 운전을 안 합니다. 회사를 안다니므로, 아무도 제게 지각으로 갈구는 사람이 없고, 하나님을 믿고 너무 까부는 것 같아서 그만뒀습니다.